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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넷째주_아팠다

너무 잦은 장거리 이동 때문인지, 열악한 호텔에서 객지 숙박을 연달아 한 탓인지, 눈이 오면서 차가워진 공기 탓인지 금요일 밤부터 인후통과 함께 몸살이 찾아와버렸다. 밤새도록 오한이 들어 벌벌, 자는 둥 마는 둥 밤을 보냈다. 그 와중에도 우리 고양이 2호의 건강검진과 스케일링을 하고 왔다. 우리 2호 고양이는 췌장 수치가 높고 송곳니에 구멍이 있어서 레진으로 때웠다. 발견 못했으면 흡수성병변으로 갔을 수도 있다고. 건강검진은 못해도 스케일링만이라도 꾸준히 해야겠다. 스케일링을 하면 어차피 기본 피검사까지 하게 된다.우리 2호 고양이는 2살 무렵 6층 집에서 땅으로 낙상을 한 적이 있다. 발코니 문이 활짝 열린 채 2호가 보이지 않고 어디선가 아득히 냐옹 냐옹 울부짖는 소리를 듣는 순간 등에 한줄기 냉수..

주말기록 2024.12.22

12월 셋째 주_비디오 천국

2007년 개봉작 곤 사토시의 애니메이션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이 메가박스에서 재개봉한다는 기사를 보고 미리부터 예매를 해 두었다. '특별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걸작을, 이번에 놓치면 어느 OTT에서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말에 개봉 일정까지 미리미리 구글 캘린더에 저장해두고 있었다.올해 극장에서 마지막으로 본 영화는 "파묘"였다. 열 달 만에 찾는 개봉관이 다행히 집에서 10분거리 메가박스 리클라이너관에 있었고, 토요일 조조로 관람한 덕분에 이것은 완전히 나의 개인 영화관. 영화는 정말 좋았다. 개인적으로 도쿄의 도시풍경을 애니로 보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언어의 정원'이나 '너의 이름은' 같은 실사급 애니를 몇 번이고 보는데, 이 애니메이션 속 도쿄의 풍경에는 또 다른 아련한 맛..

주말기록 2024.12.15

12월 둘째주_소년이 왔다, 내게도

역사적으로 특이점이 있는 날의 신문 1면을 간직하는데, 이번에는 조선일보가 사진을 정말 극적으로 뽑았다. 나의 시대에 이런 컷을 보게 되다니. 거의 풀리쳐급이다. 일이 벌어진 순간의 충격과, 이후 다가올 혼란에 대한 모든 것들이 이 한 장면에 다 들어있으니, 잘 접어서 캐비넷에 넣어두었다.공교롭게도 나는 지난 주 부터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읽던 중이었고, 계엄의 이튿날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마저 끝냈다. 첫 페이지에 '또 광주이야기냐'며 심드렁해 했던 내 자신을 반성해야 마땅했다. 내게 있어 소설가들은, 하나의 새로운 유니버스를 창조해 낸다는 점에서 조물주와 다름 없을만큼 가장 경외하는 직업군의 사람들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더 나아가, 한 때 존재했으나 아프게 사라진 사람들의 혼에 관한 세계를 재건해..

주말기록 2024.12.08

12월 첫째주_김치와 더불어 담아가는 것들

불과 한 주 전의 가을 풍경이 삭제되고 거실에 시베리아가 등장했다.경기도민에게 서울 출퇴근은 화창한 봄날에도 몸이 축나는 일이다. 그런데 하늘이 열려 대설이 쌓인 아침의 출근이라면. 한 시간 만에 등장해서는 당신이 탈 자리는 없다, 라고 매정히 떠나버리는 버스의 뒷꽁무니를 보며, 흥남철수 당시의 피난민들 심정이 이런 것 아녔을까 주제넘게 생각해본다.서울로 갈 수 있는 단 하나의 구원의 문을 찾기 위해 도보이동을 결단! 습설의 무게를 못 이기고 꺾어진 가로수를 지나 고꾸라지고 자빠지며 설국을 횡단하고 나니, 금요일 퇴근 후에는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게 되어 버렸다.토요일 정오가 다 되어서야, 하루가 지난 스타벅스 샌드위치와 드립커피로 대충 때우며 몸을 움직였다. 모처럼 커피를 홀짝이며 단편소설..

주말기록 2024.12.01

11월 넷째주_파워I의 생각주말

모처럼 금요일 휴가였다.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휴식이 필요했었나보다. 갑자기 비상상황이 생겨서 휴가 취소의 위기가 찾아왔으나, 일을 해결해달라고 짧게 기도했고 다행히 잘 일단락되어 나의 휴가까지 보전받게 되었다.항상 꿈꿨던 평일의 아침런에 휴가 덕분에 도전. 평일 아침 시간 거리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을까 궁금했는데 의외로 평일 아침의 시간은 동물들의 시간이었다.집에서부터 귀여운 고양이들의 뜨거운 시선을 받으며 나서서, 내 가슴까지는 족히 올 커다란 새들을 두 번이나 만났으며, 동물병원에는 귀여운 멍멍이가 옷을 홀딱 벗고 망연자실 앉아있었다.휴가를 낸 사유는 우리 고양이 건강검진도 있었다. 이렇게 의젓하게 진료받는 고양이는 처음 본다며 선생님들의 칭찬을 가득 받은 우리 고양이. 이게 ..

주말기록 2024.11.24

11월 셋째주_ 핏에 관하여

지난 한 주는 완전히 과부하가 걸려서 아침마다 억지로 눈꺼풀을 밀어올리듯 일어나야 했는데, 결국 그러다가 몸이 고장 나 버렸다. 금요일 오후부터 머리가 두 조각으로 쪼개질 듯 아파와서 결국 배려를 받아 오후 동선에서 열외되었다. 지난 주 부터 내내 이어진 자취방 짐 나르기의 여파인지, 아니면 호흡곤란 수준으로 터져나갈 듯 한 지하철 출퇴근이 더해져서인지. 그 와중에도 도시의 가을은 절정이었다. 🍂 금요일 퇴근 후 기어들어온 집은 이삿짐으로 아수라장이었고 엉망인 집에 들어앉아 있으려니 집에 있어도 집에 있는 마음이 아니었다. 결국 '나를 살려도, 나를 살려도' 주문같은 혼잣말을 하며 온통 어지럽게 널려있던 짐을 치우고 바위처럼 무거운 두통 속에서 쓰러져 버렸다. 어떻게 일어났는지 겨우 일어나니 거실에는 가..

주말기록 2024.11.17

11월 두번째_동분서주

벌써 다섯번째 숙소 이사. 정말 번거롭다. 번거로운만큼 도가 텄는데 이런 도는 트고싶지 않다. 그 때 그 사람은 이사가 지긋지긋한 나머지 매년 인사발령철마다 또 이사갈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우울증 약을 먹을 지경이라고 했었다. 나는 그 사람의 꽹가리처럼 징징대는 소리를 들으면서 태연히 "이사가면 기분좋은데 뭘 그렇게"라고 생각했었지만, 그 사람만큼 나이를 먹어보니 --- 알겠다, 나도. 얼마나 지겨운지를!집에도 기운이라는 것이 있는게 분명하다. 이번 숙소는 기운이 별로여서 하루라도 빨리 뜨고 싶은 곳이었다. 보면 볼수록 최면에 빠질 것 같았던 환 공포증 유발 벽지 때문이었을까. "탁 트인 전망"은 맞았으나 왜인지 볕은 늘 부족했고, 방 안에서 대략 18개의 다리가 달린 듯한 투명벌레와 조우하기도. 어쩌다 ..

주말기록 2024.11.11

순서의 마지막부터 꾀하지 않도록

마지막 시대를 이겨낼 거룩한 정렬은 다음과 같습니다. 1단계. 버리고 선택집중 2단계. 하나님 앞에 몰입 3단계. 하나님과 대면한 정체성 4단계. 구원의 투구 입기 5단계. 용서의 능력알기 6단계. 기도의 능력 7단계. 실행력 8단계. 탁월함 9단계. 세계경영(복음통일, 선교한국) 10단계. 시세분별 11단계. 가정과 자녀세우기 12단계. 이 모든 단계를 정렬 나는 처음과 중간단계를 잘라먹은 채 거창히 마지막 단계들만 좇아온 것 같습니다. 나는 우리나라가 제사장 나라되어 열방을 이끄는 생각을 하면 마치 사명이라도 받은 듯 가슴이 뜁니다. 세상 돌아가는 경제와 문화적 현상, 마케팅 트렌드를 놓치고 싶지 않아 항상 읽고 듣고 배우고 있습니다. 일을 할 땐 남들보다 못하거나 뒤쳐지고 싶지 않아서 탁월하려고 애..

읽은기록 2023.10.10

위기의 순간 필요한 건 오직 집중

런데이 초급 트레이닝 6차 "뭐 특별할 것 있겠어?" 라며 받아 본 인바디에서 과다한 체지방과 경도비만을 받아들고 1차 충격, "뭐 문제있겠어?" 하며 받은 건강검진 결과서에서 근종이 5cm까지 커졌다는 사실에 2차 충격, 하여, 두 번의 충격 끝에 오운혐(=오늘도 운동 혐오)의 오운완 스토리가 비로소 시작되었고, 오늘로 런데이 6회차를 도장깨기 하였습니다. 오늘따라 멈추고 싶은 위기의 순간이 많았는데, 그 위기를 참아낼 수 있었던 것은 짧은 몰입이었습니다. 나의 곧게 세운 목과 허리가 지면과 수직을 이루며 앞으로 달려나가는 모습을 이미지화하여 머릿속에 그리고 그 이미지의 움직임에 집중했습니다. 구간마다 페이스가 들쑥날쑥하지 않고 어느정도 꾸준히 나와 준 것이 그 덕분인 듯 하네요. 멈추고 싶은 위기의 ..

읽은기록 2023.10.09

바다의 흐름을 닮은 카페에서 레이달리오를 읽다

호수라고 믿어버릴 만큼 고요한 사천의 남해바다. 블루실크를 닮은 그 바다 앞 도로 곁에 연남동스러운 까페가 하나있습니다. 이에이에프. Ebb and flow, 즉 조수가 밀려들어왔다가 쓸려나가는 흐름을 의미하는 표현에서 카페 이름을 따 왔다고 하네요. 빛 바랜 횟집 간판들과, 먼지가 앉은 경양식집과, 짖지 앉는 백구와, 숨지 않는 고양이가 있는 호젓한 해안가 골목에, 마치 다른 공간으로 순간 이동하듯 하얀색 까페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조수의 들고 낢을 닮은 휴식이 있는 공간이기를 바란다고 적혀있는 코스터처럼, 그 의도에 충실하게 의자와 테이블, 음악, 베이커리, 그리고 와인 디스플레이까지 그 어느 것 하나 모난 구석 없이 하나의 컨셉을 중심으로 미니멀하면서도 일관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요. 시원스러운 테이블..

읽은기록 2023.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