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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첫째주_오월의 어른방학(2)

긴 연휴가 이어지고, 하루사이에 집 앞 초록의 밀도가 올라갔다.모처럼 명동에 나갔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쾌청하면서 습기없이 산뜻한 바람이 불던 날씨가 있었던가? 말 그대로 breezy한 날씨였고 일상에서 떠나있는 사람들은 모두 그 브리즈에 올라타서 날아다니는 듯 했다. 아니. 내가 그랬나.노천 닭갈비와 스타벅스로 마무리하고. 노천 닭갈비집은 다시는 가고싶지 않다. 맛과 위생은 worst 가격은 highest 😢 을지로의 밤길을 걸으니 서울같은 곳은 전 세계에 어디 없다는 부심이 절로 생긴다. 많은 빌딩과 도로로 가득한 외형을 너머, 어느덧 쉽게 카피할 수 없는 고유한 바이브와 시그니처를 가진 도시 반열에 오른 S.E.O.U.L. 서울 리스펙 홍보대사인 나는야 경기인. ㅎㅎ다음 날 아침 댓바람부터 찾아간..

주말기록 2025.05.11

5월 첫째주_오월의 어른방학(1)

방학같은 연휴가 시작되었다. 정신없이 지내느라 이렇게 긴 황금연휴가 있는지도 몰랐다가 준비없이 맞닥뜨린. 황금연휴에도 나의 40일 작정 새벽기도는 이어졌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평소에는 한바탕 전쟁길 같은 대로가 고요하고 여유롭다.한번쯤 여유롭게 해보고 싶었던 아침 러닝. 무리하지 않고 내 페이스대로 5km를 달리고 바로 이어서 근력운동까지 쭉 이어서 불태워버렸다. 이렇게 하고 나면 기분이 정말 좋아진다.집 앞의 숲이 가장 아름다운 이 계절. 이제는 창문을 열어놓고 지내는데, 창을 열어둘 수 있다는 건 곧 냥플릭스를 만끽할 수 있는 짧은 계절이기도 하다는 뜻.모처럼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하고 왔다. 집중한다고 하는데 정작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은 뜬금포 김치나베우동이 먹고 싶다는 생각.생..

주말기록 2025.05.11

4월 넷째주_ 봄과 생의 한가운데

지난 주말 5km 러닝이 아무래도 무리였는지 한동안 오른무릎이 욱신거려 이번 주는 러닝 대신 라이딩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아침 일찍의 천변이 궁금했기에 주말 불구 일찌감치 일어나 10km 라이딩. 러닝만큼의 에너지 소모가 없어 좀 싱거웠다. 적어도 25km는 타야했지만 시간이 없어 아쉽게 중단. 오랫만에 생화가 가득히 장식된 결혼식에 다녀왔고 꽃을 좋아하는 나로썬 눈이 휘둥그레. 한아름 얻어오고 싶었지만 또 그럴 만큼 가까운 분의 결혼식은 아니여서 아쉽지만 조신하게 돌아왔다.장안의 화제라는 유니클로 저지배럴드레그팬츠. 나만 없을 수 없어. S를 사려고 보니 허리는 딱 맞는데 똥꼬가 껴서 M으로 구입하니 허리가 낙낙하다. 참고로 159에 50초반대.아침마다 버스를 탄다고 정신없이 뛰면서 곁눈질 도장으로 ..

주말기록 2025.04.29

4월 셋째주_요리와 사람의 시간

모처럼 친구들이 집에 놀러왔다. 무엇을 만들어 먹어야 부담없이 맛있을까. 궁리 끝에 문어 뽈뽀와 야채구이, 대파명란오일파스타를 준비했다. 그리고 소소 이벤트로 부활절 달걀 꾸미기, 일명 "달꾸"를 하기 위해 삶은 달걀 20개를 준비.야채구이를 하기 위해 양파, 파프리카, 가지, 애호박, 버섯을 미리 준비해두고쿠팡에서 미리 시켜둔 데친 문어다리를 전날부터 해동해두었다. 세가지 메뉴를 동시에 만들었지만 준비과정은 심플했다. 일단 야채구이. 적당한 크기로 썰은 야채를 볼에 넣고 올리브오일 듬뿍, 소금, 후추를 넣어 버무린 후 중불에서 야채가 너무 무르지 않을때까지 볶으면 그만인데도 다들 맛있다 한다. 다음 문어뽈뽀(번역하면 "문어문어"). 이미 데쳐진 상태로 냉동된 문어다리를 실온해동하여 5분 정도만 삶은 후..

주말기록 2025.04.22

4월 둘째주_그럼에도 버티는 것

토요일 새벽의 공기가 봄 답지 않게 차가웠다. 차가운 공기에 새소리가 가득했다. 역시 새벽은 새들의 시간이었구나. 그릇은 항상 싫증이 빨리 난다는 것이 문제인데, 무려 8년 전 우연히 구입한 나고미 식기는 조금의 싫증없이 여전히 애용하고 있다. 그러한 나고미 면기를 마트에서 팔기에 그 자리에서 3개를 추가로 구입했다. 역시 은근하게 예쁘다. 면기에 배달된 짬뽕을 담아 먹으니 마치 나가사키 바이브!불행히도 이 짬뽕을 끝으로 더 먹지를 못했다. 지난 주 부터 새벽 생활을 시작했는데, 평생을 밤올빼미로 살아온 나에게는 아무래도 무리한 일정이었던 것 같다. 결국 병이 나버렸다. 꼼짝 못하고 침대에 붙어있는 집사 신세가 우리 야옹이들에게는 웬 떡이었을 것. 잘 보기도 힘든 거대 괭이가 한 자리에 가만히 있으니 우..

주말기록 2025.04.14

4월 첫째주_벚꽃 모티베이션

한동안 상황이 좋지 않았고 여유가 없어 주말 아카이빙을 중단하고 있었다. 유독 절기에 맞지 않게 추웠던 봄이었고 마음은 더욱 추운 시간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창 밖을 보니 갑자기 하늘에 팝콘이 달려있었다.네가 어김없이 왔구나, 그 많은 우여곡절이 있던 이 곳에도.설 연휴를 끝으로 중단되었던 러닝을 다시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이유도 바로 이 벚꽃 페스티발 덕분이었다. 벚꽃 터널을 달리고 싶어졌다.석달 만에 재개한 러닝은 확실히 실력이 떨어져있다. 지난 1월 5km는 35분대로 끊었었는데. 다만 이번만큼은 나의 발목을 잡은 벚꽃 탓이라 해 두자.흐린 날은 그레이빛 하늘과 톤앤톤으로 맞춘 모던벚꽃 컨셉이라면, 쨍한 날은 써니블루를 배경으로 투명한 빛을 내는 수채화톤 - 각자 그 나름의 아름다움.여건이 되면 ..

주말기록 2025.04.09

12월 넷째주_아팠다

너무 잦은 장거리 이동 때문인지, 열악한 호텔에서 객지 숙박을 연달아 한 탓인지, 눈이 오면서 차가워진 공기 탓인지 금요일 밤부터 인후통과 함께 몸살이 찾아와버렸다. 밤새도록 오한이 들어 벌벌, 자는 둥 마는 둥 밤을 보냈다. 그 와중에도 우리 고양이 2호의 건강검진과 스케일링을 하고 왔다. 우리 2호 고양이는 췌장 수치가 높고 송곳니에 구멍이 있어서 레진으로 때웠다. 발견 못했으면 흡수성병변으로 갔을 수도 있다고. 건강검진은 못해도 스케일링만이라도 꾸준히 해야겠다. 우리 2호 고양이는 2살 무렵 6층 집에서 땅으로 낙상을 한 적이 있다. 발코니 문이 활짝 열린 채 2호가 보이지 않고 어디선가 아득히 냐옹 냐옹 울부짖는 소리를 듣는 순간 "떨어졌구나" 라는 직감이 등줄기를 타고 얼음장처럼 흘러내렸다. 계..

주말기록 2024.12.22

12월 셋째 주_비디오 천국

2007년 개봉작 곤 사토시의 애니메이션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이 메가박스에서 재개봉한다는 기사를 보고 미리부터 예매를 해 두었다. '특별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걸작을, 이번에 놓치면 어느 OTT에서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말에 개봉 일정까지 미리미리 구글 캘린더에 저장해두고 있었다.올해 극장에서 마지막으로 본 영화는 "파묘"였다. 열 달 만에 찾는 개봉관이 다행히 집에서 10분거리 메가박스 리클라이너관에 있었고, 토요일 조조로 관람한 덕분에 이것은 완전히 나의 개인 영화관. 영화는 정말 좋았다. 개인적으로 도쿄의 도시풍경을 애니로 보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언어의 정원'이나 '너의 이름은' 같은 실사급 애니를 몇 번이고 보는데, 이 애니메이션 속 도쿄의 풍경에는 또 다른 아련한 맛..

주말기록 2024.12.15

12월 둘째주_소년이 왔다, 내게도

역사적으로 특이점이 있는 날의 신문 1면을 간직하는데, 이번에는 조선일보가 사진을 정말 극적으로 뽑았다. 나의 시대에 이런 컷을 보게 되다니. 거의 풀리쳐급이다. 일이 벌어진 순간의 충격과, 이후 다가올 혼란에 대한 모든 것들이 이 한 장면에 다 들어있으니, 잘 접어서 캐비넷에 넣어두었다.공교롭게도 나는 지난 주 부터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읽던 중이었고, 계엄의 이튿날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마저 끝냈다. 첫 페이지에 '또 광주이야기냐'며 심드렁해 했던 내 자신을 반성해야 마땅했다. 내게 있어 소설가들은, 하나의 새로운 유니버스를 창조해 낸다는 점에서 조물주와 다름 없을만큼 가장 경외하는 직업군의 사람들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더 나아가, 한 때 존재했으나 아프게 사라진 사람들의 혼에 관한 세계를 재건해..

주말기록 2024.12.08

12월 첫째주_김치와 더불어 담아가는 것들

불과 한 주 전의 가을 풍경이 삭제되고 거실에 시베리아가 등장했다.경기도민에게 서울로의 이동은 화창한 봄날에도 몸이 축나는 일이다. 그런데 하늘이 열려 대설이 쌓인 아침의 출근이라면. 한 시간 만에 등장해서는 당신이 탈 자리는 없다, 라고 매정히 떠나버리는 버스의 뒷꽁무니를 보며, 흥남철수 당시의 피난민들 심정이 이런 것 아녔을까 주제넘게 생각해본다.서울로 갈 수 있는 단 하나의 구원의 문을 찾기 위해 도보이동을 결단! 습설의 무게를 못 이기고 꺾어진 가로수를 지나 고꾸라지고 자빠지며 설국을 횡단하고 나니, 금요일 일과 후에는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게 되어 버렸다.토요일 정오가 다 되어서야, 하루가 지난 스타벅스 샌드위치와 드립커피로 대충 때우며 몸을 움직였다. 모처럼 커피를 홀짝이며 단편소..

주말기록 2024.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