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적 슈퍼마리오 같은 컴퓨터 게임을 하다가 내 뜻대로 플레이가 풀리지 않으면 그냥 꺼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하곤 했다. 누군가와 연애를 하다가도 '이거 느낌이 별론데' 싶으면 가차없이 헤어지자는 선고를 내리기 일쑤였다. 친분을 쌓고 지내던 사람이 아니다 싶게 선을 넘으면 '이건 아니지’ 라며 은근하면서도 단호하게 그 선을 지우고 끊어버렸다. 얼떨결에 입사해서 18년을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도 아직도 하루에 2번은 습관처럼 이제 그만해야지 라는 생각을 한다. 말하자면, 나는 계속 끌어안고 버티며 나아가겠다는 결의보다는 습관적인 작별과 손쉬운 손절에 더 빠른 사람이다. 그런 내가 사랑이든 애도든 계속 나아가겠다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던 경우가 딱 두 번 있다. 한 번은 데려온 지 석 달 쯤 되었을 무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