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처럼 친구들이 집에 놀러왔다. 무엇을 만들어 먹어야 부담없이 맛있을까. 궁리 끝에 문어 뽈뽀와 야채구이, 대파명란오일파스타를 준비했다. 그리고 소소 이벤트로 부활절 달걀 꾸미기, 일명 "달꾸"를 하기 위해 삶은 달걀 20개를 준비.

야채구이를 하기 위해 양파, 파프리카, 가지, 애호박, 버섯을 미리 준비해두고

쿠팡에서 미리 시켜둔 데친 문어다리를 전날부터 해동해두었다.

세가지 메뉴를 동시에 만들었지만 준비과정은 심플했다. 일단 야채구이. 적당한 크기로 썰은 야채를 볼에 넣고 올리브오일 듬뿍, 소금, 후추를 넣어 버무린 후 중불에서 야채가 너무 무르지 않을때까지 볶으면 그만인데도 다들 맛있다 한다.

다음 문어뽈뽀(번역하면 "문어문어"). 이미 데쳐진 상태로 냉동된 문어다리를 실온해동하여 5분 정도만 삶은 후 한입 크기로 잘라두고, 올리브오일에 편마늘을 볶다가 썰어둔 문어를 넣어서 노릇해질때까지 중강불에 볶는다. 슬라이스 해둔 감자를 7분정도 삶은 후 레몬슬라이스와 함께 베이스 플레이팅하고, 그 위에 문어를 펼쳐 레몬즙과 훈제 파프리카 가루만 뿌리면 완성. 쫄깃한 문어의 감칠맛에 고소한 감자슬라이스가 부드러운 밸런스를 잡아준다.


대파명란오일파스타는 라면 만큼 만들기가 쉬워서 자주 해먹는다. 먼저 파스타를 7분 정도 삶고, 파스타 타이머가 2분정도 남았다 싶을 때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명란알 긁어낸 것과 편마늘, 페페론치노를 넣어 볶다가 파채를 넣는다. 이때 시간은 2분을 넘기지 않는게 좋다. 이 때 쯤 다 삶아진 파스타 면을 팬으로 옮기고 면수를 한 두 큰술 넣어서 적당히 버무려질때까지 볶다가, 싱거웁다 싶으면 소금넣고 올리브 오일 추가로 넣어서 완성.

둘러앉을 밥상이 없어서 캠핑용 달구지와 의자 위에 펴놓고 먹었는데 ㅋ 다들 웬지 기분이 난다며 맛있게 먹으니 좋았다. 온통 대화는 챗지피티 얘기 2탄. 챗지피티가 그러는데 문어 뽈뽀라는 말은 좀 웃긴거란다. 뽈뽀가 뜻이 문어인데, 문어 뽈뽀는 "문어 문어"하는 셈이라고 ㅎㅎ

친구들이 사온 런던베이글은 그 자리에서 해치우고 노티드는 덕분에 조카들에게 선물. 이상하게 런던베이글은 내가 줄서서 먹으면 별로이고 누가 사다줘서 먹어야 맛있다.


2주만에 5km 러닝을 달렸다. 20도를 넘나드는 초여름 날씨에 대낮 달리기를 하니 러닝 효율이 급격이 떨어졌다. 35분대를 끊겠다는 욕심에 페이스를 무리하게 하다가 사점에까지 이르러 골로 갈 뻔. 엄마가 생일 선물로 사준 나이키 리액트 첫 개시였는데 성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

러닝을 마치고 바로 이어서 근지구력 운동까지 마무리했다. 운알못이었던 나는 이제 오달완과 오웨완이다. 금융투자는 시원찮아도 근육적금 만큼은 잘 들어놓자는 생각에. 운동을 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져서 챗지피티한테 물어보니 과학적으로도 맞다네.
부활주일을 맞아 모처럼 3대가 모여 다같이 예배를 드렸다. 부모님은 교회를 안 나가시니 연례행사이지만, 간혹 들으시는 말씀이라도 겨자씨처럼 심고 계시는 것을 나는 믿는다. 예배를 마치고 다같이 칼국수 맛집에서 면치기를 하면서, 올 추석은 온가족 도쿄에 가자는 의논을 했다. 과연 분쟁과 갈등없이 실현될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



창밖 풍경이 초록의 점묘화로 바뀌고, 나의 고양이들이 창플릭스를 만끽하기 시작하는 러블리한 계절이 마침내 돌아왔다. 늘 그렇듯 좋은 계절은 항상 짧다.

간밤 나의 다리 위로 더듬더듬 자리를 찾는 고양이의 작은 솜방망이질을 확인하며, 이 고양이들의 남은 연수가 지나간 날들보다 어느덧 훨씬 짧다는데 생각이 미쳐 잠이 오질 않았다. 혼자의 삶은 깃털처럼 가볍고 매이는 것 없이 자유로워 더할 나위 없이 좋았는데, 그 좋은 점만을 특별히 크게 누리며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마치 달의 위성처럼 나만 바라보며 맴맴 도는 이 고양이들 덕분이었다. 그리고 그 끝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에 대책없이 슬퍼지는 밤이었다.

나이가 이렇게 먹도록 어느날 갑자기 모여서 변하지 않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친구가 다만 몇명이라도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서로의 인생이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지 잘 알기에 많은 말이 필요 없는 오랜 벗이 있다는 건 또 어떤 크기의 감사거리인가. 올해에는 좀 무겁고 걸치덕 거리더라도, 사람과 얽혀서 두 발 딛고 살아야 살겠다는 생각이 부쩍 많이 든다.

그래야 내가 좋아하는 요리도 더 많이 할 수 있으니까. 요리의 시간은 곧 사람의 시간이기도 하다.
참고로, 요리는 재료 공수가 반이고, 재료 준비가 수월하면 시작도 쉽다. 단연코, 내 요리취미의 근본은 쿠팡 로켓배송과 그 맥을 같이한다 하겠다. Thanks COUPANG, It's Fri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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