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주택가격 폭등의 원인 중 하나로 수급불균형을 들 수 있습니다. 물량 앞에 장사없습니다.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은 결국 공급을 늘리는 것입니다. 실제로 2기 신도시 입주물량이 쏟아지던 2008년에서 2015년 사이에 서울 아파트 가격 변화율이 주춤했다는 국토연구원의 조사결과도 있습니다.
앞선 두 번의 보수권 정부는 신도시 등 공공택지 개발을 전면 중단하고 민간 재건축, 재개발 시장 활성화에 그 정책의 방점을 두었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비선실세 사태로 정권이 갑작스레 교체되면서 민간 재건축, 재개발 활성화 정책이 완전히 홀딩되고, 부랴부랴 신도시 지정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신도시는 그 지정부터 아파트 입주까지 최소 7~8년을 보아야 하는 장기 공급사이클에 있다보니 그 정책 전환의 공백기만큼 공급의 lag이 생겨버린 것입니다.
어쨋든 전국적인 주택가격 상승세를 잡기 위해서는 결국 서울의 집값을 잡아야 하고,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서울 시내 주택공급을 늘려야 하기 때문에 결국은 더 이상 땅이 없는 서울의 재개발 재건축 활성화로 귀결됩니다. 그래서 지난 1월부터 공공재개발 후보지가 발표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공공재개발, 재건축이 어떤 내용인지 알기 위해서 먼저 재개발, 재건축이 어떤 프로세스로 진행되는지 기본부터 알아야 할 듯 합니다. 서울 내 어디가 재개발될 지 도사처럼 점지해주는 책들도 시중에 많습니다만, 반짝 인기에 편승하기 보다 복잡한 재개발 재건축에 대한 기본적인 법, 제도에 대한 내용을 이처럼 깔끔하게 정리한 책은 보기 드뭅니다. 일단 이 책을 먼저 읽어보고 나서 실전에 뛰어들더라도 뛰어드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1. 재개발, 재건축 사업의 기본적인 사항
재개발 사업은 재건축 사업에 비해 도로, 공원 등 주변 인프라 시설이 훨씬 더 낙후된 곳에서 이루어진다......통상 재건축 사업은 공동주택이 밀집한 지역을 대상으로 하고 재개발 사업은 공동주택 아닌 주택이 밀집한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꼭 그런것은 아니지만 재건축 사업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재개발 사업은 단독주택 등이 밀집한 동네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면 쉽다.
재개발 사업의 경우에는 토지 또는 건축물을 소유한 자 또는 그 지상권자가 조합원 자격을 갖게 되고, 재건축 사업의 경우에는 건축물과 그 부속 토지를 둘 다 소유한 자로서 재건축 사업에 동의한 자가 조합원 자격을 갖는다.
<재개발, 재건축 사업절차>
정비구역 지정 -> 안전진단(재건축 사업의 경우) -> 추진위원회 설립 -> 주민동의(재개발사업은 토지 등 소유자의 3/4이상과 토지면적의 1/2이상의 동의, 재건축 사업은 앞의 요건 외에 공동주택 각 동별 구분소유자 과반수의 동의) -> 조합설립 -> 시공사 선정 -> 사업시행계획 수립 -> 사업시행계획 인가 -> 종전 주택 등 감정평가 -> 분양신청기간(분담금 등 결정) -> 관리처분계획 인가(이 때 종전 주택 등이 조합원 입주권으로 전환된다) -> 이주, 철거, 착공 -> 일반분양 -> 준공인가 -> 이전고시 -> 조합해산
2. 입주권, 덜컥 사지 말고 알고 살 것
재개발 구역에서 물건을 살 때에는 초기 투자금 계산을 정확하게 해야합니다.
조합원으로 분양 자격을 갖춘 사람들에게는 새롭게 지어진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입주권이 주어지고, 그 외에 새 아파트의 일부를 일반 사람들에게 분양 받을 수 있는 권리인 분양권이 있다. 대개는 입주권이 분양권보다 2가지 점에서 유리하다. 1) 좋은 위치의 동, 호수를 우선 고를 수 있다 2) 일반 분양가에 비해 가격이 낮다. 그렇지만 언제 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을지, 사업단계 초기일 수록 사업이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는 리스크도 크다. 특히 입주권을 목적으로 주택거래를 할 때 투자 수익을 제대로 계산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재개발 구역에 있는 주택을 매수할 때 주택의 매매대금이 4억원, 그 중 권리가액이 3억원, 프리미엄이 1억원이고 아파트 조합원 분양가가 4억원이라고 한다면 나중에 분양가액에서 권리가액을 뺀 1억원을 추가분담금으로 납부해야 하므로 총 투자금은 5억원이다.
입주권을 언제 사느냐에 따라서 주택 분양을 받지 못하고 현금청산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입주권은 재건축 구역의 경우 조합설립 인가 후 부터 소유권이전등기시까지, 재개발 구역은 관리처분계획 인가 후 부터 소유권 이전등기 시까지 전매가 제한된다. (다만 생업상의 사정 등, 상속취득 주택으로의 이전 등 몇가지 예외사유 있음). 투기과열지구에서 재건축 구역은 조합설립인가 이후에, 재개발구역은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후에 조합원 지위 양도 양수가 불가능하다. 이 때 양수받은 사람들은 나중에 현금청산 대상이 된다. (단, 1세대 1주택자가 일정 소유기간 및 거주기간을 채운 후 조합설립인가일로부터 3년 이상 사업시행인가 신청이 없는 재건축 사업의 건축물을 3년 이상 계속 소유하고 있다가 사업시행인가 신청 전에 양도하는 경우 등은 가능). 반면, 2003.12.13 이전에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재건축 구역이나 2018.1.24 이전에 최초로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한 재개발 구역은 언제든지 조합원 지위 양도양수 가능하다.
입주권에도 5년간 재당첨 금지조항이 있습니다.
2018.2.9 이후부터는 조합원 분양에 당첨된 경우 5년 내에 다시 일반 분양 또는 조합원 분양을 신청할 수 없다. 예를 들어 A 재개발 구역에 종전주택이 있고 2018.2.10 B 재개발 구역에서 또 다른 종전주택을 매입하고, A 구역의 관리처분계획인가가 2018.4.15일에 있었다면 B 구역내 관리처분계획인가는 2022.4.14 이후에 있어야만 B 구역에서도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공유로 주택을 소유할 경우 입주권은 하나만 주어집니다.
재개발 구역에 공유로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 입주권은 하나. A, B, C 여러 명이 있으면 한 사람을 대표 조합원으로 선임하여 조합원으로서의 권리를 대표로 행사하게 해야 한다. 최악의 사례로 공유자끼리 싸우다가 대표조합원을 못 정해서 분양신청 기간에 분양 신청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무허가건물도 입주권이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재개발 구역에 있는 무허가 건물도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다. 2010.7.15 이후에 최초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2011.5.26 이후에 최초로 정비계획공람공고를 한 재개발 구역이라면 "특정무허가건축물" 개념을 적용하여, 1989년 1월 24일 당시 존재하던 주거용 무허가 건물 중에 재개발 조합의 정관에서 별도로 분양자격이 있다고 정하고 있는 경우에 받을 수 있다. 반대로 2010.7.15 이전에 기본계획을 수립하거나 2011.5.26 이전에 정비계획공람공고를 한 재개발 구역에서는 "기존무허가건축물"이라는 개념을 사용해서, 특정무허가건축물보다 다소 더 오래된 무허가 건축물 중 1981.12.31 당시 무허가건물대장에 있는 주거용 건물이거나, 그 외 몇가지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받을 수 있다. 무허가건물 소유자의 분양 자격에 관해서는 시도 조례와 조합 정관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단독주택을 다세대 주택으로 전환해서 2가구가 한 세대씩 소유권 등기를 하더라도 그 날짜가 권리산정기준일(보통 정비구역지정고시일의 다음날) 이후일 경우에는 권리 산정일 이전의 상태를 기준으로 입주권을 부여하여 한개의 입주권을 공유한다. 다만 2003.12.30 이전에 다세대 주택으로 전환되었다면 권리산정기준일 적용에 예외를 받는다. 나대지를 구입해서 다세대 주택을 짓는 경우도 있는데 서울시의 경우 권리산정기준일 이후라면 그 이전의 상태를 적용받도록 정하고 있다. 다만 이 때에도 2010.7.15 이전에 기본계획을 수립한 재개발 구역이고 2008.7.30 이전 건축허가 받은 다세대 주택이라면 권리산정기준일 적용 예외를 받는다.
소위 말하는 "물딱지"를 조심해야 합니다.
정말 주의해야 할 것은 물딱지인데, 매도인이 같은 재개발 구역 내에 여러개의 주택 등을 가지고 있다가 조합설립인가 이후에 그 중 하나를 판 경우, 또는 매도인의 세대원이 같은 재개발 구역 내에 다른 주택을 가지고 있는 경우이다. 조합설립인가 이후에 토지 또는 건물의 소유권을 양수하여 여러 명이 소유하게 되면 한 명의 조합원으로 본다. 관리처분계획 인가 후에 판 것이라면 매수자는 아예 입주권을 받지 못한다. 매도자나 매수자나 특별히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3. 그 외에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규정들
경우에 따라서는 1+1 분양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한 조합원은 하나의 입주권만 받는 것이 원칙이나, 예외적으로 2채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조합에서 1+1 분양을 결정하여 정관이나 관리처분계획으로 그 내용을 정합니다. 소유한 주택의 종전 가격이나 주거전용면적이 분양받으려는 아파트 두 채의 가격 또는 주거전용면적의 합을 넘어야 해요.
사례 1) 종전 주택 가격 9억원, 새로 짓는 아파트 59형 분양가 3억원, 84형 분양가 4억원일 때 조합에서 허용한다면 59형과 84형 두 채를 모두 받을 수 있다(9억원 > 3억원 + 4억원).
사례2) 종전 주택 가격 6억원(151형), 새로 짓는 아파트 59형 분양가 3억원, 84형 4억원일 때 조합에서 허용한다면 59형과 84형 두 채를 모두 받을 수 있다(면적 151형 > 59 + 84). 다만 이 때에는 추가분담금 1억원 부담해야 한다.
추가로 받는 아파트는 60제곱미터 이하이어야 하고 이전고시일로부터 3년간 전매제한된다고 하네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또 하나의 뜨거운 감자입니다. 재건축 사업으로 생긴 초과이익을 환수하여 임대주택 등을 짓는 목적으로 사용하는데 그 취지를 두고 있는데 재건축 부담금 부과 규모가 만만치 않아서(반포주공 조합원당 4억원, 영통2구역 조합원당 3억원) 재건축 사업의 속도를 늦추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재개발 사업은 이미 기반시설 정비 등에 개발이익이 재투자된다고 보아 초과이익 환수제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재건축 부담금 = (종료시점 주택가격 - (개시시점 주택가격 + 정상주택가격 상승분 총액 + 개발비용)) X 부과율
1) 종료시점 주택가격 : 조합원의 분양가격 + 일반분양가격 등
2) 개시시점 주택가격 : 개시시점(추진위원회 설립승인일) 공시주택가격 총액
3) 정상주택가격 상승분 총액 : 개시시점 주택가격 X 정기예금이자율 또는 평균 주택가격 상승률 중 높은 값
4. 리모델링 사업과 비교하면 뭐가 나은가?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은 재건축 사업 대비 절차가 간소합니다. 재건축 사업은 파트의 건축 연한이 30년 이상, 안전진단 등급 D 등급 이하여야 하지만 리모델링 사업은 건축연한 15년 이상, 안전진단등금 B, C 부터 가능해서 진입장벽도 낮습니다. 입주권 거래가 언제든지 가능해서 거래가 용이하기도 하구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적용받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다만, 일반분양 물량이 적다보니 조합원들의 분담금 역시 클 수 밖에 없고, 아파트 평면 구조가 단점으로 꼽힙니다.
이 외에도 재개발, 재건축사업과 관련한 각종 세제에 관한 내용이 정리되어 수록되어 있습니다. 요즘 양포세(양도세 포기 세무사)들이 속출할 만큼 세법이 복잡해진 상황에서 세금 파트 내용까지 이번 포스팅으로 정리하진 않았습니다. 무엇을 하든 기본기가 중요합니다. 당장 알짜배기 위치 점찍기에 앞서서 법규, 제도, 세금 등 재개발, 재건축 사업의 기본적인 절차를 알아두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리는 책입니다. 무엇이든 알아서 손해될 것은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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