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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넷째주_파워I의 생각주말

모처럼 금요일 휴가였다.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휴식이 필요했었나보다. 갑자기 비상상황이 생겨서 휴가 취소의 위기가 찾아왔으나, 일을 해결해달라고 짧게 기도했고 다행히 잘 일단락되어 나의 휴가까지 보전받게 되었다.항상 꿈꿨던 평일의 아침런에 휴가 덕분에 도전. 평일 아침 시간 거리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을까 궁금했는데 의외로 평일 아침의 시간은 동물들의 시간이었다.집에서부터 귀여운 고양이들의 뜨거운 시선을 받으며 나서서, 내 가슴까지는 족히 올 커다란 새들을 두 번이나 만났으며, 동물병원에는 귀여운 멍멍이가 옷을 홀딱 벗고 망연자실 앉아있었다.휴가를 낸 사유는 우리 고양이 건강검진도 있었다. 이렇게 의젓하게 진료받는 고양이는 처음 본다며 선생님들의 칭찬을 가득 받은 우리 고양이. 이게 ..

주말기록 2024.11.24

11월 셋째주_ 핏에 관하여

지난 한 주는 완전히 과부하가 걸려서 아침마다 억지로 눈꺼풀을 밀어올리듯 일어나야 했는데, 결국 그러다가 몸이 고장 나 버렸다. 금요일 오후부터 머리가 두 조각으로 쪼개질 듯 아파와서 결국 배려를 받아 오후 동선에서 열외되었다. 지난 주 부터 내내 이어진 자취방 짐 나르기의 여파인지, 아니면 호흡곤란 수준으로 터져나갈 듯 한 지하철 출퇴근이 더해져서인지. 그 와중에도 도시의 가을은 절정이었다. 🍂 금요일 퇴근 후 기어들어온 집은 이삿짐으로 아수라장이었고 엉망인 집에 들어앉아 있으려니 집에 있어도 집에 있는 마음이 아니었다. 결국 '나를 살려도, 나를 살려도' 주문같은 혼잣말을 하며 온통 어지럽게 널려있던 짐을 치우고 바위처럼 무거운 두통 속에서 쓰러져 버렸다. 어떻게 일어났는지 겨우 일어나니 거실에는 가..

주말기록 2024.11.17

11월 두번째_동분서주

벌써 다섯번째 숙소 이사. 정말 번거롭다. 번거로운만큼 도가 텄는데 이런 도는 트고싶지 않다. 그 때 그 사람은 이사가 지긋지긋한 나머지 매년 인사발령철마다 또 이사갈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우울증 약을 먹을 지경이라고 했었다. 나는 그 사람의 꽹가리처럼 징징대는 소리를 들으면서 태연히 "이사가면 기분좋은데 뭘 그렇게"라고 생각했었지만, 그 사람만큼 나이를 먹어보니 --- 알겠다, 나도. 얼마나 지겨운지를!집에도 기운이라는 것이 있는게 분명하다. 이번 숙소는 기운이 별로여서 하루라도 빨리 뜨고 싶은 곳이었다. 보면 볼수록 최면에 빠질 것 같았던 환 공포증 유발 벽지 때문이었을까. "탁 트인 전망"은 맞았으나 왜인지 볕은 늘 부족했고, 방 안에서 대략 18개의 다리가 달린 듯한 투명벌레와 조우하기도. 어쩌다 ..

주말기록 2024.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