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다섯번째 숙소 이사. 정말 번거롭다. 번거로운만큼 도가 텄는데 이런 도는 트고싶지 않다. 그 때 그 사람은 이사가 지긋지긋한 나머지 매년 인사발령철마다 또 이사갈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우울증 약을 먹을 지경이라고 했었다. 나는 그 사람의 꽹가리처럼 징징대는 소리를 들으면서 태연히 "이사가면 기분좋은데 뭘 그렇게"라고 생각했었지만, 그 사람만큼 나이를 먹어보니 --- 알겠다, 나도. 얼마나 지겨운지를!집에도 기운이라는 것이 있는게 분명하다. 이번 숙소는 기운이 별로여서 하루라도 빨리 뜨고 싶은 곳이었다. 보면 볼수록 최면에 빠질 것 같았던 환 공포증 유발 벽지 때문이었을까. "탁 트인 전망"은 맞았으나 왜인지 볕은 늘 부족했고, 방 안에서 대략 18개의 다리가 달린 듯한 투명벌레와 조우하기도. 어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