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제이 드마코의 "부의 추월차선"을 대단히 인상깊게 읽은 저로서는 "직장인편"이라는 제목을 보고 아, 이것은 직장생활이라는 서행차선에서 추월차선으로의 선로변경을 준비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일 것이라고 기대했었습니다. 엠제이 드마코의 책이 강력한 충격요법을 바탕으로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알려주긴 하지만, 그 경험치의 디테일이 약간 떨어지고 뜬구름 잡는 느낌(나쁘게 말하면...사기치는 느낌)이 있는 것이 사실이에요. 그래서 이 책이 그런 헐거운 부분을 보완해주는 경험담 각론서가 아닐까 했는데, 왠걸, 직장인으로서 빨리 승진하고 인정받기 위한 잠언집 같은 것이었어요. 엠제이 드마코 가라사대, 암만 고속승진하는 직장인이어봐야 서행차선에서 제일 빨리 달리는 정도에 불과할 뿐이라고 했는데... 베스트셀러에 숟가락 붙이는 출판사의 영리하고도 탁월한 전략이기도 하다만은 전혀 다른 결의 책이 같은 제목 카테고리로 묶여서 마치 시즌 1, 시즌 2 처럼 출간된 사실을 드마코씨가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조마조마하네요.
이 책에는 일본식 특유의 근면성실과 투지가 엿보이는 직장생활 성공조언이 가득합니다. 특히 섣불리 조기퇴직할 생각하지말고 일단 회사 안에서 승부를 보라고 하네요.
직장인 추월차선을 타려면 좌고우면은 금물. 성과와 목적을 정해놓고, 감정은 배제하고, 빠르게 실행해라.
사실 이 점이 저에게는 가장 어려운 지점이에요. 회사는 오징어게임장 같은 곳인지라 성과와 목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거절감과 소외감, 상처를 입는 사람들이 반드시 있게 마련이에요. 그러한 상황에 대한 감정 배제는 참 쉽지 않은 일이긴 합니다. 감정적 상처까지 보상하는 수단을 늘 함께 모색하다보니, 그래서 저의 의사결정이 늘 좀 더딘 편이에요.
직장인 추월차선을 타려면 눈 앞의 작은 것들에 집착하지 말것.
타인의 필요를 채우기 위한 "가치"중심적 태도를 지니고, 단기적 결과보다는 한차원 높은 관점에서 현상을 보는 추상적 사고와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상상력을 갖추라고 합니다.
회사는 나의 리빙랩이자, 체력단련장이며, 어떤 일이든 시도해 볼 수 있는 곳.
회사에 무조건 붙어있으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말은 공통적으로, "그래도 회사 안에 있는게 낫다." 인 것 같아요. 이것 저것 시도해 볼 수 있고, 실수를 해도 그 안에서 수습이 되는 셈이니까요. 다만 이것도 무언가 시도를 해보려고 하는 의지가 전제될 때 가능한 이점입니다.
종국에는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고, 그 일을 나의 직장생활과 융합해서 평생 현업으로 가져갈 일을 만들어라.
조기퇴직이라는 일차원적 발상은 접어두고(!) 일단 지금 하는 일을 하면서 좋아하는 일을 찾아보라는 겁니다. 제 친구 언니는 자기 사업을 하는데, 잠시도 쉴 틈 없이 일을 한다고 해요. 월급장이였던 제 친구는 그런 언니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구요. 자기 일을 좋아서 하는 사람과 남의 일을 마지못해 하는 사람의 일에 대한 즐거움이 결정적으로 다른 겁니다.
특히 저 말이 제일 마음에 들어요. "내가 되고 싶고 하고 싶은 일을 하루 일과 중에 끼워 넣어야 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출근일정에 끼워 넣는다는 계획만으로도 다가오는 월요일이 무겁지 않게 느껴지네요.
저 뿐만 아니라 부의 팀원들 모두의 일과에 각자가 하고 싶은 일이 단 한가지씩이라도 들어있게 해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일단 각자가 꾸는 꿈의 아주 작은 조각이라도 회사 안으로 끌어들여오면, 단기적 변화는 없을지라도 장기적으로는 회사가 하나의 거대한 리빙랩으로 변하면서 종전에는 예측할 수 없었던 의외의 성과로 연결될 수 있을거라는 믿음이 들어요. 무엇보다도, 간 쓸개 집에 빼놓고 나오는 별주부전의 토끼 인생이 아닌, 진짜 자기 자신으로서 일과를 보냄으로써 얻게 되는 무형의 의욕과 동기부여, 그것 만으로도 조직관리차원에서 큰 플러스가 아닐까 해요.
저 역시도 종국적으로 꿈 꾸는 구상들이 몇 가지 있기는 합니다. 회사에서 배운 일들이 아니었다면 가져보지 못했을 구상이기도 하네요. 내일부터 하루에 30분 만이라도 그 일과 관련된 일과를 꾸려보아야겠습니다. 모두의 즐거운 월요일 시대가 열리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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