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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책인 줄 알고 읽었다가 한 방 맞은 기분, "부의 추월차선(엠제이 드마코, 2009.3월)

썸머에디션 2021. 11. 21. 23:32


재테크에 전혀 관심없이 살아왔었습니다만, 자꾸만 주위 사람 모두가 부자가 되는 듯한 시대 분위기에 상대적인 불안감이 들더군요. 뒤늦게나마 부의 감각을 일깨워보고자 각종 재테크 관련 책읽기에 열을 올리고 있던 차에, 재테크 책인 줄 알고 읽었다가 한 방 맞은 듯 정신적 충격을 받은 책 "부의 추월차선"입니다. 이 책은 단순한 재테크 책이 아닌 어떤 방법으로 살 것인가에 대한 가치관을 재조정하는 책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요약컨대 "현대판 노예생활인 직장생활을 때려치우고 자기만의 사업시스템을 만들어서 돈나무를 심어라"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거든요. 사실 2009년에 출판된 책으로 12년이나 된 상당히 연식이 있는 책인데, 아마 12년 전에 읽었더라면 이 내용의 절반에도 수긍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기억하는 바로 그 때는 1인 기업가들과 크리에이터들이 지배하는 세상이 도래하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던, 그저 새롭게 등장한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열광하던 때였거든요. 지금은 이 책에서 교리처럼 제시하고 있는 룰들이 어느 정도 일반적인 기준이 되어가고 있는 세상입니다. 아래 기사에 등장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을 보며 아들의 주장에 마음이 기울 정도로 말이지요. 저자 엠제이 드마코는 거대한 시대적 전환의 서막에서 추월차선에 올라탄, 그래서 경제적 자유를 일찌감치 달성한 사람으로서, 마치 부흥회 특별초청 강사와도 같은 강력한 에너지로 그 경험에 관한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취업에 성공했던 저는 첫 회식자리에서 40여명의 선배들에게 한 잔씩 도합 40잔을 받아마시고는 퇴근버스 안에서 왈칵 이유없이 눈물을 흘렸던 적이 있는데요, "이런 식으로 우리 아빠는 30년을 살았던 거였어?" 하는 생각에 괜시리 막막해진 심정때문이었습니다. 친구들과도 자주 했던 말이 "일주일이 7일이라면 그 중 내 인생이라고 할 만한 날은 이틀뿐이야"라는 류의 한탄이었어요. 그렇게 한탄을 하면서 자그만치 18년을 보냈습니다. 그동안 승진도 하고 연봉도 늘고 많지도 적지도 않은 평균적인 수준의 자산을 쌓아가면서 그래, 이 정도면 부모님 사회적 체면도 세워드리면서 내 밥값하고 사는거야, 라는 자기 위안과 만족으로 살고 있지만, 놀랍게도 "내 인생이라고 할 만한 이틀" 중 일요일 밤만 되면 찾아오는 견딜 수 없는 무력감과 우울감이 18년째 계속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알았습니다. 오랜 세월 계속되어 온 일요일 밤의 무력감과 우울감이야말로 내가 부의 "서행차선"에서 천천히 걸어가는 "현대판 노예"생활에 대한 회의감이었음을요.

작가의 분류에 따르면 이 세상에는 세 부류의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부의 "인도"를 걸어가고 있는 사람, "서행차선"을 천천히 달리고 있는 사람, 그리고 "추월차선"을 폭발적으로 달려가고 있는 사람. "인도"를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은 사고 싶은 명품과 유행템이 있으면 즉각 빚을 내서라도 구입하고, 모아둔 돈이나 은퇴계획은 전무하며, 라이프스타일을 감당하기 위해 할부로 물건을 구입하는 사람들입니다. "서행차선"에 속해 있는 사람들은 조금 더 책임감과 어른스러움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학위를 중시하며 안정적인 직장에 종사하며 때가 되면 승진하고 계속해서 대학원에 다니면서 자기계발에 힘쓰고 복리의 마법을 대개는 알고 있으며 매 월급의 10% 이상은 뮤추얼 펀드나 연금에 불입하는 원칙을 지키고 항상 소비를 줄이고 아껴쓰려고 하는 대부분의 우리들, 참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주변의 동료들과 가족들, 친구들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이 서행차선을 통해 천천히 걸어가는 삶은 시간과 자유를 외부의 통제권 하에 저당잡힌 채 현대판 노예가 되어 평생을 보내는 것에 다름 없으며, 65살이 넘은 늙은 나이에  모아놓은 약간의 부를 누리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냐고 되묻습니다. 부의 3요소는 3F, Famliy(가족), Fitness(신체건강), Freedom(자유)인데 노후에는 이 3가지 중 적어도 1가지가 없을 확률이 굉장히 높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안전하다고 믿는 서행차선에는 의외로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위험성이 상당히 많습니다. 회사가 망할 수도 있고, 갑자기 해고 당할 수도 있고, 이자율과 주식투자 수익률은 정신없이 오르락내리락, 믿을 수 없는 위험한 존재입니다.

인도를 걷는 사람들의 부의 방정식 : 부 = 소득+빚
서행차선을 천천히 달리는 사람들의 부의 방정식 : 부 = 직업+투자
추월차선을 날아가는 사람들의 부의 방정식 : 부 = 순이익+자산의 가치


부의 "추월차선"으로 갈아탄 사람들은 젊은 나이에 폭발적으로 부를 창출하고, 일단 창출된 부를 바탕으로 복리의 마법과 이자소득을 누리면서 젊은 시절부터 이미 자유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부의 추월차선에 올라탄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다름아닌 "시간"입니다. 돈을 위해 시간을 바꾸는 것이 아닌, 나의 자유시간을 위해 돈이 일하게 만드는 것에 집중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직장에 몸을 담거나 어떤 분야의 전문가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불가능합니다. 그런 것은 자신의 시간을 저당잡아서 일을 해야 하는 것이고, 결국 자신의 직업이 주는 통제권안에 갇히게 되기 때문입니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스스로 돈의 열매를 맺는 돈의 나무를 심고, 또한 자신이 100% 통제할 수 있는 사업시스템을 가질 때에 부의 추월차선에 올라탈 수 있다는 것이에요. 돈의 나무를 심지 못해서 스스로 계속해서 붙어있어야 하는 사업이라면 그것은 추월차선이라고 볼 수 없고, 마찬가지로 자신이 100% 통제할 수 없는 사업 역시도 추월차선이라고 볼 수 없어요. 여기서 통제력은 "순이익"과 "자산의 가치"에 대한 통제력입니다. 순이익을 눌리기 위해서 웹사이트 방문자 수를 늘린다거나, 단가를 올린다거나, 최고의 한계속도까지 끌어올린다거나 하는 것이 내가 100% 행사할 수 있는 통제력이지요.

서행차선과 추월차선에서 선택할 수 있는 부 증식 방법을 비교해보자. 만약 엔지니어 신분으로 남는다면 다음의 부 증식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1) 내재가치를 높이고 상사가 월급을 올려주길 희망한다.
2) 회사가 당신을 자르지 않길, 그래서 월급을 계속 받을 수 있길 희망한다.
3) 월급의 10%를 뮤추얼 펀드에 넣고 앞으로 40년간 8%의 수익률이 나길 희망한다.

반면 의료 기기 회사를 설립한다면 다음의 부 증식 방법이 있다.  
1) 당신이 판매할 수 있는 의료기기 수 즉, 1,600만이라는 수치 외에는 거의 제한 조건이 없는 기대 수입을 증가시켜 순이익을 늘린다.
2) 1,700%라는 산업승수를 활용해서 자산 가치를 늘린다.
3) 자산 가치를 현금화하여 서류상의 돈을 진짜 돈으로 바꾼다.
(부의 추월차선 180p에서)
1) 통제가능한 무제한적 영향력 : 최대치의 통제력과 영향력을 발휘한다.
2) 사업 : 서행차선의 직업과 마찬가지로 추월차선의 중심은 내 소유의 사업이나 자영업, 기업
3) 라이프스타일 : 추월차선은 복합적인 신념과 프로세스, 그리고 행동으로 이루어진 라이프스타일의 선택
4) 빠른 부 형성 : 추월차선은 "중산층"의 한계를 뛰어넘고 빠르게 큰 돈을 버는 과정이다.
(부의 추월차선 149p 에서)


내 시간에 관계없이 혼자서 돈이 열리는 돈나무 묘목을 심을 수 있는 사업은 부동산임대업, 콘텐츠시스템, 컴퓨터시스템, 소프트웨어시스템, 유통시스템, 인적지자원시스템 등이 해당됩니다.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기 시작하면 지직거리던 세상의 잡음이 사라지고 세상에 보이는 것이 명징해진다는 것, 실행하지 않는다면 세상 최고의 아이디어를 가졌다 해도 당신에게 득이 될 것이 없다는 사실, 아이디어는 생각해 내는 사람이 주인이 아니라 실행하는 사람이 모든 것을 소유한다는 조언, 돈을 좇지 말고 사람들의 필요(Needs)를 채우는 가치를 찾아서 사업을 시작하라는 조언 등은 추월차선에 올라타기 위한 사업시스템을 고민해보는 데에 큰 도움이 될 듯 합니다.

이 책은 사실 반대자들의 비판도 적지 않게 받고 있기도 합니다. 결정적으로 나의 사업시스템을 갖추면 통제력을 100%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는 저 역시도 동의할 수는 없습니다. 이 저자는 지식산업시대의 초기 진입자로서 웹 기반의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어느정도 시장통제력을 가질 수 있었겠지만, 오늘의 시장은 거의 완전경쟁시장에 가까운 상태이기 때문에 내 사업에 대한 외부변수의 영향력이 굉장히 커졌다고 볼 수 밖에 없겠지요. 이미 우리나라에도 1인 기업가들과 컨텐츠 생산자들이 막대한 자산을 일군 사례가 즐비한 상황입니다.

"직장에 사표던지고 부자되기 부흥회"에 다녀온 기분으로 책을 덮으며, 제가 바라고 꿈꾸는 라이프스타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봅니다. 작가처럼 람보르기니같은 차를 몰고 싶은 마음도 없고,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다는 강남 3구에 살고 싶은 욕망도 그닥 크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부자들이 누릴 수 있다는 "경제적 자유", 저는 그것이 정말이지 부럽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들은 간단해요. 그저 평일 낮에 좋아하는 커피숍에 가서 좋아하는 음악과 커피 향 속에서 책을 읽고 때로는 내 이름으로 된 번역서 작업을 하는 것, 늦은 오후 햇살에 산책을 하는 것, 그리고 일주일에 한 두번 친구, 가족과 정말 맛있는 저녁식사를 정원이 딸린 마당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이 하고 싶은 일인데 이 평범하고도 소박한 경제적 자유를 누리지 못한 채 18년을 살았다니. 다수의 재테크 책에서 가르쳐 주었던 대로 저의 노후 준비를 위해서, 집을 장만하기 위해서, 장만한 집을 팔고 상급지로 가기 위해서 포기하지 않고 일했고, 그 때 그 때 옷을 사고 피부를 관리하기 위해서 하루 10시간 일주일에 50시간을 꼬박 일해왔건만. 우울증과 무력함 없이 열정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돈이 나를 위해 일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정말로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 좀 해봐야겠습니다.

그나저나 저자인 "엠제이 드마코"씨의 정체와 근황이 참 궁금키도 하고, 어떤 비즈니스를 주로 하는 건지 알고 싶어서 이 분이 운영한다는 "추월차선 포럼" 홈페이지에 한 번 가 봤습니다. 미국판 월급쟁이부자들 까페 같은 분위기이더군요. 궁금하실 분들을 위해서 링크를 걸어드립니다.http://www.theFastlaneforu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