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한 주 전의 가을 풍경이 삭제되고 거실에 시베리아가 등장했다.경기도민에게 서울 출퇴근은 화창한 봄날에도 몸이 축나는 일이다. 그런데 하늘이 열려 대설이 쌓인 아침의 출근이라면. 한 시간 만에 등장해서는 당신이 탈 자리는 없다, 라고 매정히 떠나버리는 버스의 뒷꽁무니를 보며, 흥남철수 당시의 피난민들 심정이 이런 것 아녔을까 주제넘게 생각해본다.서울로 갈 수 있는 단 하나의 구원의 문을 찾기 위해 도보이동을 결단! 습설의 무게를 못 이기고 꺾어진 가로수를 지나 고꾸라지고 자빠지며 설국을 횡단하고 나니, 금요일 퇴근 후에는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게 되어 버렸다.토요일 정오가 다 되어서야, 하루가 지난 스타벅스 샌드위치와 드립커피로 대충 때우며 몸을 움직였다. 모처럼 커피를 홀짝이며 단편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