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서점 쇼핑을 갔다가 제목을 보고 읽어보려고 벼르고 있던 "대한민국 파이어족 시나리오"를 드디어 읽었습니다. 부담없는 에세이 읽듯이 술술 하루 반나절 만에 다 읽었지만 읽고나서 얻게 된 새로운 생각은 한달 반 동안 제 머릿속 한 자리를 차지하고 떠나질 않네요.
그간 유튜브를 통해서, 각종 책에서 보아온 자산가들의 성공담을 계속 듣다보면 괜히 짜증이 나더군요. 주위 동료들이 나누는 재테크 성공 이야기를 들으면 부러운 마음보다는 숨이 막혀오기 일쑤였습니다. 이 책에서 분류한 MBTI 타입별 투자성향에 따르면 저는 전형적인 INTP, INFP의 이상가 내지는 몽상가 타입의 사람인지라 재테크 이야기가 진심으로 재미없었습니다. 재미도 없는데 남들이 다 하니 나도 해야한다는 막연한 불안+초조+의무감의 3종 세트에만 시달려왔었습니다.
이상을 꿈꾸고 가치를 중요시하는 "이상주의형" _INFJ, INFP, ENFJ, ENFP
- 많은 사람들에게 만족스러운 이상적인 미래를 지향하는 성향
- 재테크 성향 : 기본적으로 재태크에 관심이 적으며, 딱 필요한 만큼만 재테크를 한다.
- 추천 재테크 : 저축, 배당주 투자, 부업
MBTI별 재테크 성향 및 추천 재테크, 대한민국 파이어족 시나리오 중에서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이상주의자인 나같은 사람이야말로 자산 모으기가 왜 그토록 중요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와 마찬가지로, 제가 이루고 싶은 행복리스트에는 강남아파트나 외제차 따위는 전혀 없습니다. 그저 아침 햇살에 작은 천변을 따라 산책을 하고, 정오의 햇살 아래에서 커피 한잔을 놓고 좋아하는 책을 읽은 후 번역이나 글쓰기 등 소소한 작업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아주 적어도 좋으니 일주일에 딱 이틀만 있어도 좋겠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대감집 수석 머슴살이"로는 그 일주일에 딱 두시간 마저도 그것이 불가능한 상황이지요. 이대로 십년, 이십년이 지나 회사에서 이제 너 같은 머슴은 필요없다라고 할 시점이 될 때에는 아마 "쇼생크 탈출의 브룩스" 같은 신세가 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길고 긴 수감생활을 마치고 세상으로 출소하였지만 그 어디로도 갈 수 없었고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몰랐던 그 신세 말입니다.
아직 모든 감각과 신체가 그나마 생생한 나의 40대에 그 행복을 되찾을 수 있으냐는 곧 내 마음대로 시간을 쓸 수 있는 자유를 되찾는 것에 전적으로 달려있으며, 그 시간 되찾기는 곧 필요 자산을 모아서 "대감집 머슴살이 노릇"에 종지부를 고하고 대감집 밖의 세상으로 나오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내가 왜 월급의 최소 60%~70% 이상을 저축해야 하며, 왜 배당주가 가치주에 투자를 해야 하는지, 어떤 이유에서 돈이 스스로 일해서 다시 돈을 낳는 Passive Income을 만들어야 하는지 그 이유가 비로소 분명해졌습니다. 이상주의자인 저에게 그야말로 필요한 이상적 동기가 찾아왔달까요.
우리가 늘 지니는 "아 적당히 하고 때려치우고 싶다"라는 막연한 갈망을 "이 정도 자산을 모았으니 이제 떠날 준비를 하자"라는 책임감있는 계획으로 바꾸어주는 구체적인 조언들이 이 책에는 담겨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월급의 10%를 저축하면 파이어를 선언하기까지 41년이 걸리는 반면 월급의 80%를 저축하면 단 6년만에 가능하다는 통계나,
평균연봉 상승률 4%, 자산수익률 5% 가정 시 저축률별 은퇴시기, 대한민국 파이어족 시나리오 중에서
저축률 경제적 자유 달성 시기 80% 6년 70% 8년 60% 11년 10% 41년
혹은 여러가지 유형의 파이어족을 제시하여 나의 파이어 유형은 어떤 쪽이 맞을지 생각도 해 보게 됩니다. (파이어 시점을 앞당기려면 아무래도 바리스타 파이어나, 린파이어로 옮겨갈 확률이 높고, 파이어 시점을 조금 더 뒤로 미룬다면 일반파이어 정도는 목표로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 일반파이어(Regual FIRE) : 투자수익과 같은 Passive Income을 충분히 확보한뒤 조기 은퇴 후 노동없이 생활
- 린 파이어(Lean FIRE) : 생활습관의 변화를 통해 소비를 줄여서 일반 수준보다 적은 생활비로 삶을 영위. 다운사이징 라이프스타일, 미니멀리즘 등
- 팻 파이어(Fat FIRE) : 은퇴 이후에 더 풍족한 생활. 이른바 금퇴(金退).
- 바리스타 파이어(Barista FIRE) : 자본소득으로 대부분의 생활비 조달, 추가로 느슨한 일 병행(바리스타 등)
- 잠정적 파이어(Coast FIRE) : 이미 은퇴가 가능한 상황이지만 은퇴 결정에 신중을 기하는 유형
대한민국 파이어족 시나리오 중에서
파이어족을 선언하기 위한 단계별 최소요구조건(?)을 정리해서 보여줌으로써 내 자신의 현 위치를 반성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만약 내가 현재의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미래의 수익에 투자하는 성향이라면 "자산형 파이어족".
한 해 생활비를 전체 은퇴 자금의 4% 이하로만 쓴다면 은퇴자금이 영원히 손실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있음.
4%룰을 적용하여 계산한 자산형 파이어족 기준 파이어 가능단계는 다음과 같다.
1단계 파이어 가능단계 : 내가 예상하는 파이어 후 연 생활비의 20배에 해당하는 자산
2단계 파이어 충분단계 : 연 생활비의 25배 자산
3단계 파이어 완벽단계 : 연 생활비의 33배 자산
* 예를 들어 월 최소 생활비가 200만원이라면 연 2,400만원 필요, 1단계 금액은 4억 8천만원, 2단계는 6억원, 3단계는 약 8억원이 필요
대한민국 파이어족 시나리오 중에서
진정한 부자는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자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 시간을 내 손 안으로 되찾기 위해서는 저축과, 투자와, 부업의 3요소가 받쳐줘야 하고 그 3개가 전부 잘 작동하는 여부에 따라서 더 빠르게 경제적 자유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축도 많이 하고, 투자도 성공적으로 잘 하고, 나의 부캐까지 만들어서 환상적인 소득의 파이프파인을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을 아니지요. 결국 자기가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것에서 답을 찾아야 합니다. 로버트 가요사키 왈, "당신에게 맞는 게임을 찾으세요"라고 했던 것 처럼 말입니다.
이상주의자이며 간댕이가 작고 그러면서도 경제신문 보는 것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일단 저축률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가치주나 배당주에 투자를 꾸준히 지속해서 늦어도 10년 안에는 FRIE, 아니 잠정적 FIRE 단계에까지 진입해보고자 합니다.이유는 단 하나, 오후 두 시 날 것의 한가로운 햇살, 다른 뭣이 중한게 아니라 그것이 나에게는 매우 중하기 때문입니다.^^ 이상, 끝없이 강남으로 불나방처럼 모여드는 탐욕스러운 재테크가 아니라 자산 모으기의 존재론적 당위성을 일깨워 준 책, 대한민국 파이어족 시나리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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