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초등학교 중학교에 다닐 무렵의 제 아버지는 언제 버럭 화를 내고 혼을 낼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분이었습니다. 주말 오후의 아빠는 참으로 웃기고 재미있었습니다. 산으로, 놀이터로, 공원으로 우리를 데리고 다니며 짖궂은 장난과 재미있는 농담, 기발한 놀이를 아끼지 않으셨어요. 그러다가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대부분의 날들의 아빠는 도대체 무슨 이유인지 모르게 늘 신경질을 부리셨습니다. 어느 날은 TV소리가 너무 커서, 어느 날은 읽은 책들을 제자리에 갖다놓지 않고 바닥에 늘어놓아서, 어느 날은 방바닥에 색종이를 너무 많이 어질러 놓아서, 등등 아빠가 화를 내는 이유는 다양하고도 예측 불가했습니다. 그래서 아빠의 퇴근하는 발소리가 아파트 복도에 들리면 그 즉시 방으로 들어와서 문을 닫고 마음을 콩닥거..